양지누림

장애인의 자립에 앞장서는 비영리 기관입니다.

커뮤니티

장애인 선택권 보장 ‘개인예산제’ 영양제·가전제품 구매? “부적절”

작성자
양지누림
작성일
2026-09-30 13:16
조회
22
인쇄
Link : 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3593


서미화 의원, “공적급여가 시장 구매력 격차로 이어져 재설계 필요”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서미화의원실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서미화의원실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장애인이 활동지원 등 돌봄 서비스 급여의 일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한 ‘장애인 개인예산제’가 실제로는 영양제와 생활가전을 사는 창구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제도가 정작 돌봄 시간을 깎아 물건을 사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예산제는 활동지원·발달장애인 주간활동·방과후활동·발달재활서비스 4개 바우처 급여의 최대 20%를 개인예산으로 전환해, 본인이 세운 이용계획에 따라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제도다.

이용계획은 시군구가 적절성을 판단해 합의하며, 고도의 판단이 필요하면 보건복지부·한국장애인개발원·전문가로 구성된 상급지원위원회가 심의한다. 2024년 시범사업을 시작해 올해 3차년도(33개 시군구, 7월 기준 917명)를 맞았고, 2027년 이후 본사업 전환이 준비되고 있다.

장애계는 공약 발표 당시부터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한 미봉책이 아닌 획기적 예산 확대를 통한 서비스 총량 확보가 먼저”라고 반박해왔고, 최근 2년간 국정감사에서도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마땅한 개선방안 없이 본사업 전환이 논의되고 있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 지출 세부내역을 분석한 결과, ‘기타 건강지원 제품’(1억 2740만원)의 89.5%(1억 1406만원)가 유산균·비타민·루테인 등 건강기능식품 구매에 쓰였다.

‘일상생활 용품 지원’(1억 4859만원)은 기저귀 등 위생용품 35.8%, 단백질음료·죽 등 유동식 23%에 이어 믹서기·로봇청소기 등 생활가전이 22.8%였고, ‘주거지원 물품’(9469만원)은 84.5%(7996만원)가 제습기·공기청정기·에어컨 등 생활가전 구입에 쓰였다.

세 항목에서만 3억 7068만원이 건강기능식품과 생활용품·가전제품 구매에 지출됐고, 1회 100만원 이상 지출도 주거지원 물품의 32.5%(최대 370만 2000원), 일상생활 용품 지원의 14.4%(최대 429만원)에 달했다.

반복 구매도 확인됐다. 2025년 건강기능식품을 3회 이상 구매한 참여자는 94명이었고, 누적 금액이 가장 큰 1명은 7회에 걸쳐 536만원을 썼다. 올해도 7월까지 81명이 3회 이상 구매했다. 가전제품을 반복 구매한 참여자는 2025년 23명으로, 최다 지출자는 냉장고·정수기·로봇청소기·공기청정기·세탁기를 사는 데 680만원을 썼다

복지부는 사업안내를 통해 가구·노트북 등 자산취득성 물품 구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상급지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외를 인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2026년 상급지원위원회 결정 62건 중 ‘불가’는 1건(1.6%)뿐이었고, 나머지는 ‘합의’ 6건, 계획 보완을 조건으로 승인하는 ‘조건부 합의’ 55건이었다. 가전제품이 포함된 안건 22건(35.5%)도 모두 조건부 합의로 처리됐다.

서미화 의원실이 상급지원위원회 심의 이용계획서 46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항목별 배정액 1억 4964만원의 43.4%(6499만원)가 김치냉장고·세탁기 등 가전(1671만원), 노트북·태블릿 등 전자기기(1265만원), 운동기구·차량 등 사업 종료 후에도 남는 자산취득성 물품이었다.

치료·강습·돌봄 등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15.4%에 그쳤다. 6건은 6개월 전환액 전부를 물품에 배정했고, 그중 1건은 559만 8천원 전액을 슬로프를 설치한 중고 자동차 구입에 배정했다.

문제는 사회보장급여가 상품 구매의 재원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시장 구매력 격차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개인예산의 기준이 되는 급여액은 서비스지원종합조사 같은 판정 절차에 따라 사람마다 차등 책정된다.

이 판정은 원래 그 사람에게 필요한 돌봄의 양을 정하기 위한 것이지, 시장에서 쓸 수 있는 돈의 크기를 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개인예산제를 거치면 급여가 큰 사람일수록 재화 구매에 쓸 수 있는 예산도 커진다. 필요에 따라 차등 책정된 공적 급여가 시장 구매력의 차이로 옮겨가는 구조인 셈이다.

앞서 복지부는 개인예산제가 기존 공급체계에서 공급되지 않던 물품·서비스의 개별 구매를 가능하게 한 ‘수요 맞춤형 제도’라고 자평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수요’의 상당 부분이 생필품·가전제품이었다는 점은,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초적인 권리와 선택적 재화 구매의 자유가 경쟁하고 있는 현실을 비춘다.

서미화 의원은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서비스에서의 주도성 강화라는 목표 자체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사회보장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공적 급여가 시장 구매력의 차이로 이어지는 현재의 상황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아가 장애인이 돌봄 서비스를 깎아 재화를 구매하게 하는 방식은, 장애인의 소득보장과 사회보장을 위한 국가 책임을 약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할 우려가 크다”며, “개인예산제가 최소한의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별도의 재정을 마련해 추가 예산을 지원하는 구조로 재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관련기사


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전체 0

전체 353건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일반] 활동일지 전자서명 동의요청 수기서명 관련 안내 NOTICE
양지누림 | 2024.01.30 | 추천 9 | 조회 8475
양지누림 2024.01.30 9 8475
352
장애인 선택권 보장 ‘개인예산제’ 영양제·가전제품 구매? “부적절”
양지누림 | 2026.09.30 | 추천 0 | 조회 22
양지누림 2026.09.30 0 22
351
“발달장애인 사망률은 높은데 질병 유병률은 낮다?” 의료접근 공백
양지누림 | 2026.09.30 | 추천 0 | 조회 23
양지누림 2026.09.30 0 23
350
[뉴스] 서울시 120다산콜센터, 10월부터 채팅·수어까지 24시간 전면 확대
양지누림 | 2026.09.23 | 추천 0 | 조회 55
양지누림 2026.09.23 0 55
349
[뉴스] ‘시외이동권 장애인 차별’ 헌재 재판소원‥인권위 의견제출 촉구
양지누림 | 2026.09.23 | 추천 0 | 조회 59
양지누림 2026.09.23 0 59
348
[뉴스] 이소희 의원, 1호 법안으로 1형당뇨 등 ‘환자학생 치료권 보장법’ 발의
양지누림 | 2026.09.22 | 추천 0 | 조회 63
양지누림 2026.09.22 0 63
347
[뉴스] 키 3cm 커졌다고 장애등록 취소, 왜소증 장애기준 26년째 제자리
양지누림 | 2026.09.22 | 추천 0 | 조회 77
양지누림 2026.09.22 0 77
346
[뉴스] 장애인카페 ‘아이갓에브리씽’ 10주년··118호점 개소, 중증장애인 안정적 일자리 제공
양지누림 | 2026.09.18 | 추천 0 | 조회 70
양지누림 2026.09.18 0 70
345
[뉴스] [단독] 장애인에게 떠넘겨진 ITX-마음 비용, 28억원이면 할인 되돌릴 수 있다
양지누림 | 2026.09.18 | 추천 0 | 조회 77
양지누림 2026.09.18 0 77
344
[뉴스]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부모연대 정책대회'서 구체적 이행 방안 모색
양지누림 | 2026.09.17 | 추천 0 | 조회 71
양지누림 2026.09.17 0 71
343
[뉴스] 장애인주차구역 불법주차 180만건, 과태료 2027억원 “제도개선 필요”
양지누림 | 2026.09.17 | 추천 0 | 조회 81
양지누림 2026.09.17 0 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