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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남겨둔 통합은 통합이 아니다

뉴스
작성자
양지누림
작성일
2026-08-14 10:45
조회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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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 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2561


일본의 지역포괄케어가 한국 통합돌봄에 던지는 질문
[기고] 김재익 사단법인 해냄복지회 이사장





2026년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한국의 돌봄정책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이 법의 핵심은 분명하다. 노쇠·장애·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병원이나 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살아온 지역에서 필요한 의료·요양·돌봄·주거 지원을 통합적으로 받으며 살아가게 하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법률상 노인과 장애인을 하나의 통합지원체계 안에 명시했다는 점은 중요한 진전이다.

그러나 일본과 비교해 보면 한국 통합돌봄의 가능성과 동시에 그 빈틈이 선명하게 드러난다.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은 한국처럼 노인과 장애인을 하나의 법률로 통합한 제도가 아니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는 기본적으로고령자가 익숙한 지역에서 계속 살아가도록 의료·개호·예방·주거·생활지원을 연결하는 고령자 중심 체계이다. 장애인은 별도의 장애인종합지원법을 통해 거택개호, 중증방문개호, 자립생활원조, 지역이행지원 등을 제공받는다. 즉 한국은‘하나의 법률 안에서의 통합’, 일본은 ‘대상별 제도를 유지하면서 지역에서 연결하는 통합’에 가깝다.

표면만 보면 한국이 한 걸음 앞서 보인다. 그러나 제도의 깊이로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본은 2000년 개호보험 시행 이후 20년 넘게 지역돌봄의 기반을 축적해 왔다. 시정촌이 중심이 되고, 지역포괄지원센터와 케어매니저가 지역 안에서 사람과 서비스를 연결한다. 특히 고령자 돌봄에는 개호보험이라는 안정적인 재정기반이 있으며, 의료·개호 인프라 확충을 위한 지역의료개호종합확보기금에는 국가가 원칙적으로 3분의 2를 부담하는 구조까지 마련되어 있다. 다시 말해 일본은 법률 하나로 통합하지 않았지만사람을 실제로 지원할 조직·인력·재정이 오랜 기간 지역에 축적되어 있다.

한국은 정반대의 과제를 안고 있다. 통합지원법이라는 훌륭한 그릇은 만들었지만 그 안에 담길 재정과 서비스는 여전히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장애인활동지원, 지방자치단체 사업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개인별지원계획에 필요한 서비스가 기록되어도 실제 서비스와 예산이 없다면 그것은 ‘삶의 계획’이 아니라 행정문서에 머물 수 있다.

장애인에게는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법률은 장애인을 통합지원 대상으로 규정하지만 실제 시행단계에서는 장애 정도가 심한 등록장애인 가운데 복합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결국법률에는 장애인이 들어갔지만 현실에서는 상당수 장애인이 문턱 밖에 남을 가능성이 있다.

통합돌봄의 기준이 장애등급이나 나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혼자 살아가는가, 가족의 돌봄이 가능한가, 반복적인 입·퇴원이 있는가, 주거가 불안정한가, 활동지원·의료·이동·의사소통 등 여러 지원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가를 보아야 한다.사람의 명칭이 아니라 삶의 필요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일본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복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일본 역시 고령자와 장애인의 제도가 분리되어 있고 지역에 따른 서비스 격차와 인력 부족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재정, 시정촌의 명확한 책임, 지역포괄지원센터, 전문적인 케어매니지먼트가 뒷받침되지 않는 통합돌봄은 결국 ‘연계하겠다’는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배울 필요가 있다.

한국은 오히려 일본보다 더 나아갈 수 있다. 노인과 장애인을 하나의 법률에 포함시킨 현재의 장점을 버려서는 안 된다. 대신 장애인 대상기준을 장애정도가 아닌 실제 지원필요도로 전환하고, 국가책임이 분명한 별도의 통합돌봄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 자립생활센터와 장애인 당사자를 통합지원협의체와 개인별지원계획의 공식 주체로 참여시키고, 활동지원·방문의료·주거·이동·의사소통·동료지원까지 하나의 지역생활계획으로 연결해야 한다. 또한 통합돌봄 코디네이터에게 단순히 서비스를 안내하는 역할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관과 예산을 실제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개인별지원계획의 주인은 행정기관이 아니라 당사자 자신이어야 한다.

어디에서 살 것인가. 누구와 살 것인가. 어떤 지원을 받을 것인가.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 결정의 최종 주체가 장애인이 아니라면 아무리 많은 서비스를 연결해도 그것은 진정한 통합돌봄이라 하기 어렵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우리에게 하나의 중요한 교훈을 준다.법률을 통합하는 것과 사람의 삶을 통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한국은 이제 법률적 통합을 넘어 삶의 통합으로 가야 한다. 통합돌봄의 성패를 ‘몇 건의 서비스를 연계했는가’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마지막에 물어야 할 질문은 단 하나여야 한다.

“장애인이 필요한 지원을 받으면서도 자신이 선택한 집과 지역에서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는가.”

그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한국의 통합돌봄은 제도가 아니라 권리가 된다. 그리고 장애인을 주변에 남겨둔 통합돌봄이 아니라, 가장 많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까지 품는 진정한 통합돌봄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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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재익abl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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