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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AI, 장애인의 자립을 확장할 수 있을까
행동하는 AI, 장애인의 자립을 확장할 수 있을까
- 기자명칼럼니스트 김경식
- 입력 2026.03.17 17:38
초기의 AI는 규칙 기반 프로그램이었다. 인간이 설정한 논리를 컴퓨터가 그대로 따라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복잡한 현실 문제를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이후 1990년대부터 데이터와 통계 기반의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 발전하면서 AI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특히 2010년대 이후 대규모 데이터와 고성능 연산 기술이 결합하면서 딥러닝이 빠르게 발전했다. 대표적 사건은 2016년 Deep Mind 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AlphaGo가 세계적 바둑 기사 Lee Sedol을 상대로 승리한 일이다. 이 사건은 AI가 단순 계산을 넘어 인간의 직관적 판단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이후 AI는 자연어 처리와 이미지 인식 분야에서 급속히 발전했다. 대규모 언어모델의 등장은 AI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능력을 크게 확장시켰다. 이러한 기술은 고객 상담, 번역, 검색,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 등장한 개념이 ‘행동형 AI(agentic AI)’다. 기존 AI가 질문에 답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도구형 기술’이었다면, 행동형 AI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여러 단계의 행동을 연속적으로 수행한다. 일정 관리 AI가 단순히 일정을 알려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통 상황을 확인하고 이동 시간을 계산하며 예약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방식이 대표적 예다.
이러한 기술의 진화는 장애인의 삶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장애는 종종 정보 접근, 이동, 의사소통 등에서 반복적인 장벽을 만든다. 행동형 AI는 이러한 장벽을 능동적으로 보조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미 일부 영역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AI 서비스인 Seeing AI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문서, 사물, 사람 등을 설명한다. 이러한 기능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이동 판단을 돕는 행동 정보로 작동한다.
또 다른 사례로 Be My Eyes가 있다.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주변 상황을 보여주면 자원봉사자 또는 AI가 이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AI 이미지 인식 기술이 결합되면서 제품 정보 읽기나 공간 설명 같은 기능도 제공되고 있다.
행동형 AI의 가능성은 여기서 더 확장된다. 예를 들어 중증 지체장애인이 음성 기반 AI 비서를 이용해 생활을 관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오늘 병원 예약 확인해 줘”라는 요청에 AI는 일정 확인뿐 아니라 이동 시간 계산, 교통 정보 검색, 보호자 알림 전송까지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행동 수행’이라는 특징을 보여준다.
청각장애인의 경우에도 AI 기반 음성 인식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회의나 강의에서 실시간 자막을 제공하는 시스템은 단순히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발언 내용을 기록하고 요약하는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자동으로 포용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AI 접근성 기술은 일부 장애 유형에 집중되어 발전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각장애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발달장애나 인지장애 지원 기술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연구들도 보고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AI의 미래를 보다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AI 발전이 장애인에게 가져올 긍정적 가능성은 분명하다.
첫째, 정보 접근성의 획기적 개선이다. 음성 인식, 이미지 분석, 자동 번역 기술은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정보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둘째, 자립 생활의 확대다. 행동형 AI가 일정 관리, 이동 계획, 생활 지원을 자동화한다면 일상생활에서의 의존도는 줄어들 수 있다.
셋째, 노동시장 참여 기회의 확대다. 원격근무와 AI 보조 도구가 결합되면 장애인의 직업 참여 가능성도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부정적 가능성도 존재한다.
첫째, 기술 접근 격차다. 고가의 기술이나 유료 서비스 중심으로 AI가 발전할 경우 일부 장애인은 오히려 새로운 디지털 격차에 놓일 수 있다.
둘째, 알고리즘 편향 문제다. AI가 충분한 장애 관련 데이터를 학습하지 못할 경우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셋째, 기술 의존 위험이다. 중요한 생활 기능을 AI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시스템 오류나 기술 장애가 곧바로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AI의 미래는 기술 그 자체보다 어떤 가치와 철학 위에서 설계되는가에 달려 있다. 장애인 당사자가 기술 개발 과정에 참여하고 접근성 기준이 정책적으로 보장된다면 행동형 AI는 자립과 참여를 확대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그 방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행동하는 AI가 장애인의 삶을 확장하는 기술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기술 격차가 될지는 결국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의 진보가 진정한 진보가 되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기준이 필요하다. 그 기술이 가장 약한 사람의 삶을 얼마나 더 자유롭게 만드는가 라는 질문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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